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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융합교육원 칼럼

“나를 주인으로 창조하는 ‘글쓰기’”
등록일
2020-05-26
작성자
사이트매니저
조회수
162


“나를 주인으로 창조하는 ‘글쓰기’”


파라미타칼리지 글쓰기교육센터 김영철


우리는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중시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과거는 무표정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신을 뒤돌아보지 않기 때문에 과거의 그 어떤 흔적도 우리 자신에게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요. 아마도 우리에겐 새로운 생활에 대한 작은 로망과 미래에 대한 큰 중압감만이 우리 자신을 감싸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의 삶이 새로운 삶의 시작이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이어가는 삶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과거를 성찰하는 삶을 영위해야 합니다. 그 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과거에 대하여 어떤 표정을 취하고 또한 그 표정을 보정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을 성찰하는 삶은 ‘읽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16세기의 계몽주의 철학자 미셀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는 과거에 대한 성찰로부터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인식이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곧 과거의 정신적 유산을 만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은 독서, 즉 ‘읽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읽기’는 책과의 사귐입니다. 책은 과거의 유산을 기록한 것입니다. 성현들의 보석 같은 삶의 가르침이 기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언제나 같은 표정으로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가 부르면 언제라도 찾아오며, 원하면 항상 우리가 가는 길의 동반자가 되어주기도 하는 좋은 친구입니다. 이런 친구와의 교제는 ‘읽기’이며, 우리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은 ‘글쓰기’를 통해 주인으로 새롭게 창조됩니다. ‘읽기’는 좋은 친구와의 만남입니다. 하지만 친구가 아무리 좋아도 나 자신은 아닙니다. 친구가 우리 자신의 삶에 이정표나 동반자가 될 수는 있어도 결코 우리 자신의 삶을 대신하진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책을 읽고 사색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책을 읽고 우리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내용을 반드시 쓰도록 해야 합니다. ‘읽기’에서 멈춘다면 단지 좋은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성현의 가르침을 배우는 데에서 그치게 됩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성현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성찰합니다. 더 이상 친구와 교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진지하게 만납니다. 따라서 ‘글쓰기’는 우리 자신, 즉 자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는 곧 더 이상 우리 삶에서 우리 자신을 손님으로 대하지 않고, 우리 자신을 주인으로 새롭게 창조하는 작업인 것입니다.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우리 자신을 찾아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생각의 혼돈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은 우리에게 그냥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홍수처럼 밀려오는 세상의 요구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혼란스러워 합니다. 이러한 부담은 곧 생각을 단절시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삶 속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내던져져 있는 존재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자신이 나아갈 방향도 찾지 못하고, 그저 그냥 세상에 자신을 떠맡긴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잃어버린 우리 자신과 표정을 찾고 또한 주체적인 삶을 영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