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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미타 칼럼

협력하고 성숙하는 공간, 기숙형 대학
등록일
2020-05-27
작성자
사이트매니저
조회수
44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대학의 교육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고등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점점 높아지면서 대학은 보편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엘리트교육의 요람이었던 대학도 이제 앞다투어 인성교육을 포함하는 대중교육을 지향하는 교육체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사회적 요구는 그대로 대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스펙 목록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이제 대학생들도 전문적인 지식과 더불어 인성과 창의성으로 대변되는 교양을 겸비해야만 사회나 기업에서 제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학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한 대안으로 기숙형 대학(Residential College)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역사적으로 대중교육은 한 국가에 소속한 구성원 전체를 국가가 돈을 들여 집단적으로 교육시킨다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산업혁명이 고도로 발전한 것과 그에 수반된 20세기 민족국가의 성립이후로 전개된 인류의 새로운 체험을 형식화한 것을 대중교육이라 부른다. 그 근거는 대중사회 즉 민주사회에 필요한 평균적인 가치를 보편화시키는 것에 있다. 예컨대, 지금은 초등학교로 부르고 있지만 한 때는 ‘국민학교’라는 명칭으로 불렀던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민주사회에 필요한 평균적인 가치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민주사회에서 평균적 가치로 대변되는 시민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자유라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것은 한 측면만이 부각된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는 오직 성숙한 인간의 관계망 속에서만 의미를 지니는 도덕이기 때문이다. 관계망의 형성은 자유에서 시작되지만, 형성된 관계망은 성숙한 인격들의 협력을 통해서 존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 자유가 소극적인 가치라고 한다면, 협력은 적극적인 가치인 것이다. 이렇게 대중교육은 민주사회를 향유할 수 있는 ‘협력하는 인간’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는 당위가 도출되는 것이다. 이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한데, 오늘날 분과학문들이 융합해야 하고 전문화된 산업들이 융합해야 한다는 것도 이러한 협력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러한 당위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보기에 분리된 것은 눈에 보이는 영토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나누어진 것은 우리들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조화로워야 할 우리의 정신이 이미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나누고 분리시켜서 보려는 시대적 광기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남녀가 나누어져 있고, 노소가 나누어져 있으며,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이 나누어져 있다. 이렇게 온통 나누어진 것 천지인 세상에서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비관하지는 말자. 이것을 뒤집으면 우리는 지금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성숙해질 수 있겠는가?


협력이 내면화된 것이 성숙이다. 또한, 성숙한 인간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기를 반복하며 나누어진 정신을 통일시키려고 하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협력이다. 이렇게 협력은 실천적인 것이며 생활 속에서 체화되는 것으로, 대등하고 성숙한 인격들이 협조하는 방식이며, 곧 성숙한 인간의 마음이 된다. 이 마음들이 모여 우리 내면에 있는 인격의 공통분모를 형성하게 된다. 협력하는 마음과 성숙한 인격은 학습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삶 속에서 서서히 무르익으면서 체득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기숙형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면, 학습공간과 생활공간을 통합함으로써 학생들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기회, 자신의 인격을 성숙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파라미타칼리지 RC교육센터장 안호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