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대학교육에 있어서 교양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대학에 요구하는 사회적 수요의 반영 때문일 것이다.
12세기 대학이 인류사에 등장한 이래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대학교육의 중심은 교양교육이었다. 중세를 거치면서 종교적인 영향 때문에 약간의 부침이 있기는 하였으나 소위 삼학과(문법, 수사, 논리)와 사학과(산술, 기하, 천문, 음악)로 불리는 자유교육은 대학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자유교육은 직업교육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그 목표는 생업을 위한 수단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성을 무지와 편견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이성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유연한 사고 능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즉 대학이 등장한 이래로 산업혁명을 경험하기 이전까지 대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교양교육을 통한 전인적 시민의 양성이었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변화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의 일이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사회는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과학과 기술에 대한 교육을 대학에 요구하였다. 오늘날 대학들이 자유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과 학문들을 교육하게 된 것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의 반영이었다. 산업사회가 지속되면서 대학교육은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 과정에서 교양교육은 전문교육과 대비되는 것으로 일반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교수되면서 대학교육에 있어 부차적인 지위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교양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역시 사회의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화두는 지식과 정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현대사회가 산업사회를 넘어 지식정보사회로 전환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제 지식과 정보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핵심적인 자원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를 효과적이고 창조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대사회는 산업사회에서 필요로 하던 전문화된 분과학문 중심의 지적 지형이 더 이상 그 유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제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것은 파편화되고 자기고립적인 분과학문의 전문지식이 아니라, 그러한 지식을 아우르고 종합할 수 있는 융복합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인 것이다.
교양교육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충족 시켜줄 수 있는 가장 근간이 되는 분야이다. 교양교육은 ‘교양’이라는 어휘가 주는 어감 때문에 우리가 가지기 쉬운 편견, 즉 지적 유희를 위한 과목, 배우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는 과목, 모자란 학점을 메꾸기 위한 과목이 아니다. 교양교육은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전에 기초가 되는 교육, 파편화된 지식을 종합적이고 창조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 새로운 지식의 창출을 위한 창의적인 교육, 지식과 사회를 연결시키는 비판적이며 도덕적인 교육 등을 말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리고 지식정보사회가 요구하는 바가 바로 그러한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오늘날 교양교육의 중요성 다시 활발하게 논의되는 것이다.
교양교육은 그저 교양을 쌓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이성을 가진 인간으로 살기 위해, 그리고 일반적인 지식을 함양한 전인격체로 살기 위해 필수적인 것임을 마음에 세겨야 할 것이다.
<파라미타칼리지 교양기초교육부 교수 김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