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미타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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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지도 칼럼

방학에는 放學하세요
등록일
2020-05-27
작성자
사이트매니저
조회수
161

다소 한산해진 교정을 바라보며 학생들로 북적거리던 학기 중의 교정과는 사뭇 다른 느낌에 잠시 상념에 빠집니다. 2월 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느라 갓 교복을 벗은 앳된 얼굴로 가슴에는 학과 명찰을 달고 교정을 가득 매웠던 올해 초 대학 신입생이던 여러분이, 나의 상념 속 주인공들입니다.


3월 초 온통 긴장감으로 가득 찼던 강의실은 신입생 환영회, 학과 MT, 각종 단합대회 등의 모임들을 기점으로 복사꽃 같이 환한 웃음과 강의 시작에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잡담들로 교수님들의 일상화된 걱정마저 한방에 날려 버렸던 여러분들, 대학 입학 후 첫 방학을 맞아 총총히 고향으로 향했을 여러분들을 방학이 되어 한적한 교정을 바라보며 문득 떠올려 봅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물리적인 생활의 변화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변화를 겪으며 여러분들은 엄청난 적응압력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인생에서 적응은 중요한 과업입니다. 적응은 사전적 의미로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에 맞추어 잘 어울림이란 의미를 갖습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생활이 환경의 요청에 응함과 동시에 저절로 여러 요구가 채워지고 조화를 이루는 상태. 환경을 변화시키는 경우와 환경에 맞추기 위하여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경우가 있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여러분이 대학생으로서 변화된 환경에 자신을 맞추든지, 대학이라는 환경을 여러분의 특성에 맞추든지 해서 낯설거나 불편함 없이 자신과 환경이 잘 어울리는 삶을 사는 것이 대학생활에서의 ‘적응’이라 할 것입니다.  


성공(S)은 내(I)가 환경(E)에 적응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E)은 내 맘대로 바꿀 수 없지만, 나(I)는 바꿀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인생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과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겠습니다.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중요한 열쇠 중 하나가 ‘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처라는 것입니다. 일본 NEC 고바야시 회장은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단 한 가지뿐, 즉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동안의 생활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상황과 환경을 접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대학생활은 ‘행복한 성공’을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겨울이 되면 겨울옷으로 갈아입고 여름이 되면 여름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는 것처럼, 상황과 환경이 달라지면 생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변화에 맞게 생각을 맞추는 것을 인식의 전환(Paradigm Shift)이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대학생활을 잘하려면 고등학교 때와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빨리 파악하고 거기에 자신을 맞출 줄 알아야 합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대학 신입생으로서 자신이 가진 틀을 깨는 고통을 감내하며 한 학기를 지냈을 것입니다. 


프랑스 파리 어느 수도원 입구의 돌비석에는 “après cela, après cela, après cela,."라는 글이 쓰여져 있습니다. 번역하면, ”그 다음은, 그 다음은, 그 다음은“입니다. 여러분 중에는 사춘기도 제대로 보내지 못한 채 청소년기를 입시준비로 다 보내고 대학에 진학한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입시 준비를 할 때는 대학입학이 인생 최대의 목표였을 것이고 이제 대학에 입학했으니 그 다음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그 다음은, 그 다음은......


Sartre는 ‘우리는 우리 자신의 창조자’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우리는 선택, 행동, 성공, 실패를 거듭하면서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만들어간다는 뜻이겠지요. 또한 이 말은, 우리는 결코 자신 삶의 궤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도쿄대 대학원 공학연구과 교수인 하타무라 요타로는 “우리 인생의 80%는 실패의 연속이다.”라고 했습니다. 성공은 그만큼 귀하고 좋은 것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80%의 실패가 없었다면 성공이 가능했느냐?“고 그는 되묻습니다. 그 다음, 그 다음, 그 다음을 향해 무던히도 내몰렸을 여러분들에게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 볼 여유를 권합니다. 의미로 가득한 이 세계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오래 보아야 비로소 그 오묘한 진실이 드러냅니다. 

 

 대학의 放學은 학기를 마치고 잠시 정규 학기를 쉬는 것을 뜻합니다. 팽팽이 당겨졌던 마음과 몸의 긴장을 잠시 풀어놓고 지나온 한 학기를 소회하며 미흡한 부분은 반성하고 대안찾기를 시도해보는 용기도 내어 보고 때론 기특한 모습에 칭찬과 격려로 격하게 자신을 인정 해보기도 하고, 앞으로 시작될 2학기를 위해 필요한 것을 점검하고 면밀히 준비하는 값지고 귀한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放學’이라는 귀한 시간을 잘 보내고 2학기가 되면 한층 건강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저 교정을 가득 매울 동국의 아들, 딸들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나도 잠시 放學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파라미타칼리지 학사지도교수 정귀연>